연극 시크릿 관람기[재미있는 연극이군요]
오랜만에 서울로 연극을 보러 갔다... 연극 구경을 무척이나 좋아 하지만
지방에서는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연극을 하지 않으니 가고 싶지 않은 곳을 가야만 한다..
서울 혜화동 대학로 거리에서는 일년 사시사철 연극을 하고 있으니 , 이곳에 가서 구경을 하면
되는 것이다.
서울 혜화동이 대학로 거리라는 것을 작년에야 처음 알았고, 마로니에 공원이 바로 대학로 거리에
있다는 것을 이번에 연극 시크릿을 구경하러 가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서울은 오염된 도시이다. 갈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공기가 탁하고 산소가 부족한 도시라는 느낌이 든다
연극관람이 아니라면 돈을 준다고 해도 가지 않을 회색도시이다....
가서보니 작년에 무대에 올려졌던 연극들이 현재까지도 공연을 하는 것들이 있었다...
머쉬멜로우 ,여행 , 신의 아그네스 , 작년에 보았던 연극들이 몇가지 되지 않는다.
마로니에 공원에는 단풍잎이 노랗게 물들면서 저물어 가는 가을 정취가 흠씬 풍겨져왔다..
나의 인생은 언제나 자유를 추구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고 다시금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하여 내가 마음이 끌리는 데로 행동하는 편이다.
그런 성격 때문에 어떤 연극을 볼 것인지 정하지도 않고 무작정 서울로 향하였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하여 일본식 매운카레를 한그릇씩 먹고 연극을 보러 갔다.
그리고 시끄릿을 보기로 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연극표가 매진이 되어 두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마로니에 공원으로 가서 공연을 관람하고 서울의 오래된 골목길을 걸어다니다 보니 어느 덧 공연시간이 다 되었다..
공연장 매표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들은 모두 연인사이들이였다....
재물과 권세가 없어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야 했고 다시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 이므로
남자들이 애인들을 많이 데리고 구경을 하러 온 듯하다..
초등학생은 우리 아들 밖에 없었다..
연극은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두명의 환자와 간호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정신병원의 의사가
된 여의사 이 네명이 벌이는 풍자와 감동이 어우러진 연극이다.
자기 자신을 예수님이라고 생각하는 환자와 자기 자신을 대통령 명바기라고 믿는 두 환자
가진 재산과 능력이 없어서 사랑하는 여인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겨야만 했던 이광남은 실연의 아픔으로 정신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 한다. 입원 후에 스스로를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여기다가 나중에는 장관이 되고 결국에는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른다.
관객중에 한 명이 비서실장으로 임명이 되고 되고 또다른 관객은 법무부장관에 임명된다.
이들을 신나게 가지고 놀면서 연극은 재미를 더해가고 ... 우주여행을 하다가 지구에 온 자칭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칭하는 장성만......자신을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여기는 것을 두고 미친 놈이라고 이광남이 말을 하자 ...그래 ! 나는 미쳤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미친 사람들이 너무 많지...그들은 자신들이 미쳤으면서도 미쳤다는 사실조차 전혀 깨우치지 못한 채 살아 가고 있지 ... 세월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자신이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있는 때가 온다네. 그 때가 바로 철이 든다고도 하고 사람이 되었다고도 말들을 하고는 하지.....
그 때가 되어서야 자신이 미친 사람처럼 살아온 인생임을 알게 되구, 후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
자! 나는 먼저 내가 살던 고향 저 우주로 먼저 갈테니 자네는 나중에 오도록 하게 .....
.. 자네가 올 동안 내가 저 하늘나라에서 아주 좋은 자리를 만들어 놓도록 하겠네..." 라고 하면서 떠나간다...
그리고 ...
스스로를 대통령이라고 여기던 이광남은 찾아온 전 애인 서인영이 심리치료를 하면서
녹음 해 둔 녹음테이프를 틀다가 정신이 되돌아 오고,,,
전남편과 헤어지고 난후 연인을 찾아 온 서인영은 결국 서로를 쓸어 안으면서 해핀엔딩으로 연극은 끝이 난다.
이 연극의 평점을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9점이상은 될 정도로 재미있고 감동이 있는 연극이였다. 관객들과 호흡하며 동화되고 함께 연극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재미를 더해주고 실체감을 느끼게 해 준 듯 하다.
아들 대민이는 이 연극이 끝난 후 그동안 본 연극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고 한다... 한편의 영화를 보느니
연극 한편을 보는 것이 훨씬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그냥 스쳐 지나가듯이 잊혀 지지만, 연극은 아주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잔잔한 감동을 불러 낸다....
아쉬운 점은 되돌아 오는 열차의 좌석표가 매진되어 열차 뒷칸에 쭈구려 앉아 타고 오다가 잠에 빠져 들어 아들과 엄마가 기대어 잠드는 힘겨움을 감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런 풍경이 사실.... 가장 인간적인 삶의 모습이며 삶의 향취가 아닐까?....
세월이 흐르고 나면 남는 것은 힘겨웠던 풍경들 뿐이니... 고난속에서 행복이란 기억이 고이 간직될 수 있으니... 편안함 보다는 고난을 즐기는 것이 인생을 맛나게 사는 비법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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