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선영 기자
#153 비염 치료제 바로 알고 사용하기
환절기에 재채기와 콧물, 코막힘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큰 일교차와 같은 급격한 기온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면서 비염이 극성을 부리는 것이죠. 이땐 증상을 유발하는 요인을 찾아 노출을 피하는 동시에 적절한 약물치료로 증상을 경감시켜야 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선 비염 치료제의 종류와 사용 시 주의점을 알아봅니다.
비염은 비강 점막 내, 즉 코안의 염증을 의미합니다. 코안의 염증 반응에 대한 임상적 기준은 명확하지 않아 재채기·콧물·코막힘과 같은 증상의 유무로 진단합니다. 크게 급성, 만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여러 비염이 동반하는 사례가 많아 임상적으로 명확하게 분류하기 힘들죠.
급성 비염은 보통 코감기로 불립니다. 감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외부의 습도나 온도가 갑자기 변할 때 많이 발생합니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이 원인입니다. 처음에는 보통 콧속이 마른 느낌이며 재채기가 나옵니다. 이후 대량의 콧물이 나오는데 맑은 콧물이 아니라 점성이 있고 색이 누런 점액성·농성 콧물인 것이 특징입니다. 심하면 중이염, 인후두염, 부비동염을 초래할 수 있죠. 건강한 사람이라면 가벼운 경과로 낫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성 비염은 급성 비염이 반복돼 만성화한 것을 말합니다. 만성적인 재채기·콧물·코막힘이 나타나죠. 염증이 지속해 코 점막의 신경이 노출되면서 발작적인 재채기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영양 상태가 불량하거나 면역력이 약할 때, 비강 구조나 호르몬에 이상이 있을 때도 발병할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점막이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 곰팡이 등 특정 물질에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요즘 같은 가을철이나 꽃가루와 황사가 심한 봄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연간 700만 명 이상이 알레르기 비염으로 병원을 찾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재채기·맑은 콧물·코막힘·코 가려움증입니다. 이 중 두 가지 이상 증상이 있다면 의심할 수 있죠. 재채기와 콧물은 아침에 일어날 때 심했다가 오후엔 괜찮아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밖에도 눈 주변 가려움증과 충혈, 냄새를 못 맡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증상 완화에 도움 되는 약물 네 가지
비염 치료제는 코안의 염증으로 인한 증상을 치료하는 약물입니다.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항히스타민제,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 스테로이드 코 분무제, 혈관 수축제가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는 두드러기나 피부·점막이 붉어지는 발적, 가려움증 등의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일종인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개발 시기에 따라 1세대 또는 2세대로 분류하죠. 재채기와 코 가려움증은 체내의 히스타민 농도와 관련이 있어 항히스타민제로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코막힘에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항히스타민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진정·졸음·피로감·집중장애와 같은 중추신경계 부작용입니다. 이런 부작용은 권장 용량을 복용했을 때도 흔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1세대 항히스타민의 경우 약효는 빠르나 지속 시간이 짧으며 졸음, 기억력 저하와 같은 중추 억제 작용이 지속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세대 항히스타민은 1세대보다 혈액·뇌 장벽을 투과하는 특성이 매우 낮거나 없어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중추신경계 부작용은 여성이나 고령자, 체구가 작은 사람, 간과 신장 기능이 저하된 사람, 중추신경계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나므로 전문가와 상의 후 투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는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염증 매개체인 류코트리엔의 작용을 억제합니다. 류코트리엔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해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코·눈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는 계절성은 물론이고 일 년 내내 증상이 지속하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에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코막힘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장기 복용 시 효과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는 복용 후 아나필락시스나 전신 무기력증, 발열, 복통 등이 보고된 바 있으나 비교적 안전한 데다 부작용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 편입니다. 항히스타민제와 달리 졸림과 같은 부작용은 없습니다. 다만 아스피린에 과민 반응을 가진 환자는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를 복용하는 동안 상호작용의 우려로 아스피린 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먹어선 안 됩니다.
스테로이드 코 분무제는 코에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여러 매개체의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알레르기 비염을 포함한 만성 비염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죠. 재채기와 콧물, 코 가려움증, 코막힘과 같은 대부분의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코 분무제는 국소 자극이 가장 흔한 부작용입니다. 초기에 재채기와 같은 국소 자극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지속해서 사용하면 수일 내 사라집니다. 이밖에도 코안의 건조감이나 작열감, 코피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아주 드물게 코안을 좌우로 나누는 칸막이벽(비중격)에 구멍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코 점막에 치료되지 않은 국소 감염이 있거나 코점막에 질병이 있는 사람, 코에 외과적 수술을 받은 사람, 2세 미만 영아 등에선 사용이 금기시됩니다.
혈관 수축제는 경구용과 국소용(코 분무제)으로 나뉘는데 코 점막의 혈관을 수축시켜 코막힘 증상을 완화하는 데 쓰입니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코막힘 증상이 다른 약물로 호전되지 않을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혈관 수축제는 교감신경 흥분 작용이 있어 두통이나 불안, 초조, 수면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분무제 형태의 약은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코막힘을 유발할 수 있어 일주일 이상 계속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잦은 재발 막으려면 생활습관 개선 동반돼야
비염은 재발이 잦아 치료·예방하려면 적절한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비염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아내야 합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주변 환경을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비염을 악화할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이나 화학조미료 등을 피하고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주의해야 합니다. 개인위생 관리도 필히 신경 써야 합니다. 외출 시엔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엔 반드시 손을 씻으며 체내외 수분 함량을 유지하기 위해 물을 수시로 마셔줍니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으로 면역력을 기르는 것도 좋은 예방책입니다.
※비염 예방에 도움 되는 생활습관
-주변 환경 살펴 증상 유발 물질 파악하기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 피하기
-실내 온도 22~23도, 습도 50~60% 유지하기
-야외활동 시 마스크 착용하고 수시로 손 씻기
-충분한 수분 섭취하기
-건강한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면역력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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